"안녕하세요, 닉네임은 happybbbora 이고 호주 퀸즐랜드주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남편과 아이 다섯과 살고 있습니다."
인터뷰는 그렇게 시작됐다.
짧고 담담한 자기소개였지만, 그 안에는 이미 이 이야기의 분위기가 들어 있었다. 호주 퀸즐랜드의 작은 마을. 그 안에서 다섯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전업주부의 일상은 얼핏 평범해 보였지만, 이야기를 조금만 더 들어보면 이 가족에게 테니스는 단순한 취미 이상이었다.
그녀는 스스로를 왕초보라고 말했다.
테니스를 시작한 지는 몇 년 됐지만, 치다 안 치다를 반복해서 아직도 초보 수준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 가족의 테니스는 사실 그녀보다 남편과 아이들 쪽에서 먼저 시작됐다. 남편은 원래 스포츠를 좋아했고, 아이들과 함께 여러 운동을 해왔다. 테니스 역시 그렇게 가족 안으로 들어왔다.
큰아이는 세네 살 무렵부터 공을 던져 주고 치는 놀이처럼 테니스를 접했다.
다섯 살이 되던 해 동네 테니스 클럽에 가입했고, 당시 남편이 일을 쉬고 있던 시기라 클럽 회장이 코치 코스를 밟아보라고 권했다. 남편은 그 과정을 수료한 뒤 동네 주니어 코칭을 맡게 됐고, 그렇게 가족 전체가 자연스럽게 테니스 안으로 들어오게 됐다.
처음에는 동네 클럽의 한 가족처럼 시작된 테니스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이야기는 조금 더 진지해졌다. 큰아이는 일곱 살 때부터 지역 JDS, 그러니까 Junior Development Series 대회에 참가하기 시작했고, 열 살 무렵에는 본격적으로 자기 꿈이 테니스 선수라고 말할 만큼 몰입했다. 실제로 상도 여러 번 탔다고 했다. 둘째 딸 역시 작년에 처음 대회에 나가 상을 몇 번 받았다.
겉으로만 보면 꽤 잘 풀리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테니스가 늘 실력과 결과만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특히 작은 마을에서 가족이 중심이 되어 아이를 키우는 구조라면 더 그렇다.
그 가족이 사는 곳은 작은 동네였다.
테니스를 치는 사람 자체가 많지 않았고, 결국 아빠가 코치이자 히팅 파트너 역할까지 맡게 됐다. 문제는 그 구조가 어느 순간부터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평소에는 잘 치다가도 대회에만 나가면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상대가 문제라기보다, 늘 같은 구조 안에서 훈련하고 준비해온 환경이 바뀌었을 때 흔들리는 느낌에 가까웠다.
결국 큰아이는 올해부터 더 이상 대회를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지금은 가족끼리 재미로 치고 있을 뿐, 대회에는 나가지 않고 있다. 둘째 역시 올해 대회가 있을 때 참가하겠냐는 말에 안 하겠다고 했다. 누가 먼저 영향을 준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 가족 안에서는 테니스의 방향이 조금 바뀌고 있었다.
그 변화에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주말에 대회 한 번 나가려면 적어도 두세 시간 거리를 이동해야 했고, 숙박비까지 포함하면 한 번에 50만원이 넘게 들었다. 거기게 코칭을 해야 하는 부담까지 쌓이면서, 남편은 어느 순간 번아웃에 가까운 상태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작은 동네에서, 제한된 환경 안에서, 가족이 직접 아이들의 운동을 책임지는 구조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비용과 에너지를 요구했다.
아빠가 코치라는 건 분명 장점도 있었다.
우선 언제든지, 많이 칠 수 있었다. 다른 동네 아이들을 보면 보통 일주일에 한 번 프라이빗 레슨을 받고 두세 번 그룹 레슨을 받는 정도인데, 이 집 아이들은 아빠와 함께 더 자주 코트에 설 수 있었다. 코치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점도 컸다. 호주에서 레슨비가 적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건 분명한 이점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어려운 점도 분명했다.
그녀는 가장 힘들었던 부분으로 "부모와 코치의 경계"를 말했다. 아이가 대회에 나가면 엄마는 그저 부모 입장에서 응원해 주고 싶다. 그런데 남편은 코치 입장에서 보게 되니, 자연스럽게 고쳐야 할 점만 먼저 눈에 들어온다. 같은 경기를 봐도 바라보는 자리가 달랐던 셈이다.
가족 테니스의 가장 어려운 지점은 아마 거기에 있었을 것이다.
코트 위에서 아빠는 아빠이면서 동시에 코치였고, 아이는 아이이면서 동시에 선수가 되어야 했다. 관계는 분명 가족인데, 역할은 계속 가족 바깥의 규칙을 요구했다. 그건 가까운 사이라서 더 복잡해지는 문제이기도 하다.
아들이 아빠의 코칭에 대놓고 반항한 적은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남편 말로는 태도에서 그런 기색이 보였다고 했다. 대놓고 부딪치지는 않아도, 가장 가까운 사람의 말이기에 더 편하게 흘려듣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미묘한 긴장감은 결국 코칭이 있는 가족 테니스 전체의 공기를 바꿔놓았을지 모른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고 했다.
이제는 다시 가족끼리 재미로 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보다 코칭의 비중이 줄어들었고, 누군가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압박도 덜해졌다. 코트에 남은 건 조금 더 느슨하고 가벼운 공기였다.
"네, 아무래도 코칭이 빠지니까요."
짧은 답이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분명하게 들렸다.
가르치는 사람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건 함께 치는 사람들이었다. 잘해야 한다는 긴장보다 같이 공을 주고받는 시간이 앞서게 됐고, 고쳐야 할 점보다 오늘 같이 웃을 수 있었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어쩌면 이 가족의 테니스는 지금에서야 조금 다른 모양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아이의 가능성을 보고, 꿈을 따라가며, 더 잘해보려는 방향으로 달려왔다면, 지금은 조금 더 오래 함께 치는 방향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선수의 길과는 조금 멀어졌을지 몰라도, 가족의 시간이라는 점에서는 오히려 더 가까워졌는지도 모른다.
호주의 작은 마을에서, 테니스는 이 가족에게 대단한 성공담으로만 남지 않았다.
대신 한때는 꿈이었고, 한때는 부담이었고, 지금은 다시 가족이 함께 웃을 수 있는 시간이 됐다. 누군가를 끝까지 선수로 키워내는 이야기만이 테니스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때로는 코칭이 빠진 뒤에야 비로소 남는 장면도 있다.
잘 가르치는 것보다 오래 함께 치는 쪽으로.
이 가족의 테니스는 지금, 그 방향으로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happybbbora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