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코트에 들고 간 라켓은 월마트에서 산 아동용 라켓이었다. 함께 칠 사람이 없어 혼자 벽을 향해 공을 치던 초보는, 어느 날 용기를 내어 동네 어르신들에게 같이 쳐도 괜찮겠느냐고 물었다. 그렇게 시작된 랠리는 고된 이민 생활을 버티게 해주는 힘이 됐다.
사업 때문에 5년 넘게 라켓을 내려놓기도 했지만, 고객과 나눈 테니스 이야기는 그를 다시 코트로 이끌었다. 손님이 형님이 되고, 서로 모르던 동호회가 친선 경기를 하는 사이가 됐다.
미국 메릴랜드에서 테니스를 즐기는 곽동석 님. 잘하고 싶은 마음에 운동이 노동처럼 느껴지던 때도 있었지만, 오늘 한 가지를 시도하고 해내는 즐거움을 찾으며 테니스를 이어가고 있다. 그가 말하는 테니스, 도전과 성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미국 메릴랜드에서 아내와 세 딸과 함께 살고 있는 인테리어 스페셜리스트 곽동석입니다. 미국에 산 지는 21년째이고, 만 55세예요. 테니스를 너무나 사랑하는 평범한 테친자입니다.
Q. 테니스는 어떻게 처음 시작하게 되셨나요?
2008년쯤으로 기억해요. 미국에 와서 한 교인분의 권유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때는 테니스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고, 이민 생활 초기라 레슨은 꿈도 못 꿨어요. 월마트에서 아동용 라켓을 사들고 처음 코트에 나갔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에는 이른 새벽에 일을 시작해서 오후 3시쯤 끝나는 일을 했어요. 일이 끝나면 동네 코트에 가서 연세 많은 분들이나 고등학생들과 함께 테니스를 치곤 했죠.
Q.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하셨는데, 처음에는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아요.
처음 코트에 나갔을 때는 다들 자기들 게임을 하느라 완전 초보인 저를 신경 쓰지 않았어요.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고, 그때 테린이의 서러움을 많이 느꼈죠. 그래서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테니스 영상을 보면서 독학으로 스윙과 서브를 연습했습니다.
집 근처 공원에 삼면이 콘크리트 벽인 반쪽짜리 코트가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스쿼시 연습 코트였어요. 초보가 혼자 연습하기에는 딱 좋은 곳이었죠. 그렇게 한두 달 공을 맞추고 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매일 테니스를 치시는 어르신들을 보게 됐어요. 어느 날 코트에 세 분만 계셔서 용기를 내어 같이 쳐도 괜찮겠느냐고 물었는데, 흔쾌히 좋다고 하셨어요. 그때부터 벽이 아니라 사람과 코트에서 랠리를 하기 시작했죠.
Q. 함께 쳐주신 어르신들이 정말 귀한 스승이셨겠네요.
맞아요. 제게는 누구보다 귀한 스승님들이셨죠. 실력에 관계없이 저 같은 테린이와도 기꺼이 즐기시는 모습을 보면서, 테니스 실력은 물론 테니스를 즐기는 방법까지 배웠어요.
그 뒤로는 일이 끝나면 제일 먼저 코트로 달려갔습니다. 매일 다섯 시간 정도 코트에서 보내고 온몸이 땀에 젖어 집에 돌아오는 생활을 약 3년 정도 했던 것 같아요. 여러 스타일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제 테니스 스타일도 만들어졌고요. 테니스는 고된 이민 생활을 버티게 해주는 힘이 됐습니다.
Q. 학생들의 훈련을 돕고, 아이들과 테니스 모임도 하셨다고요.
지역 고등학교 테니스 코치와 연결돼 아이들 훈련을 돕기도 했어요. 학생들과 랠리하고 서브 리턴도 해주면서 봉사했는데, 그때 제 테니스도 많이 늘었던 것 같아요. 그 학생들이 졸업한 뒤에는 여러 동호회를 게스트로 찾아다니며 메릴랜드의 한인 테니스인들을 한 사람씩 알아갔죠.
그리고 제 딸 또래의 초등학생들과 방과 후에 일주일에 한 번 테니스 모임을 했어요. 제 차로 아이들을 태워주기도 했고, 강습보다는 놀이에 가까운 무료 모임이었어요. 대신 한 달에 한 번은 각자 비용을 부담해서 아이들만의 작은 파티를 했습니다. 테니스로 즐거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었거든요.
이제는 다 큰 성인이 됐지만, 그때 환하게 웃던 아이들의 얼굴이 아직도 기억나요.
Q. 그렇게 좋아하던 테니스를 한동안 쉬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개인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테니스 활동을 접었어요. 인테리어 회사를 운영했는데 쉬는 날도 없이 정말 바빴거든요. 취미가 먹고사는 문제를 이기기는 어렵잖아요. 5년 넘게 테니스 없이 일에만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공사 현장에서 고객과 미팅하면서 우연히 테니스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분이 가장 좋아하는 취미라고 하시길래 저도 그렇다고 했더니, 꼭 한 번 같이 치자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다음 날 라켓을 들고 현장에 갔죠. 일을 일찍 마무리하고 동네 코트에서 늦게까지 함께 쳤는데, 오래 잊고 있던 그 짜릿한 맛을 다시 느끼고 말았습니다.
Q. 테니스가 다시 시작되면서 그 고객과의 관계도 달라졌겠어요.
그 뒤로 집에서 차로 약 50분 거리인 그분의 동호회에 나가기 시작했어요.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일주일에 한두 번 함께 치고 있고요. 이제는 손님이 아니라 형님이라고 부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난 또 다른 고객도 테니스 동호인이었어요. 그래서 공사가 끝난 뒤 두 동호회가 친선 경기를 하도록 주선했죠. 그때 맺어진 교류가 계속 이어지고 있고, 메릴랜드 테니스 협회분들과도 연결돼 친선 경기를 하게 됐습니다.
제게 테니스는 메릴랜드 한인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고 소통하게 해주는 매개체인 것 같아요. 함께 공을 치면서 서로 연대감과 유대감도 갖게 되고요.
Q. 사람들과의 관계 외에도 테니스가 삶에 가져온 변화가 있나요?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 자신감은 코트에서부터 오는 것 같습니다. 테니스는 멘탈 경기잖아요. 저는 경기 중에 늘 자신감 있게, 자신감 있게 중얼거려요. 서브를 넣을 때도, 받을 때도 그렇게 마음을 잡죠. 그렇게 하다 보니 삶에서도 무엇을 하든 그 자신감이 배어 나오는 것 같아요.
Q. 계속 테니스를 하게 만드는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매번 다른 곳으로 날아오는 공을 빠르게 움직여 받아칠 때의 쾌감이 좋아요. 내가 원하는 곳에 공이 강하게 꽂히는 순간의 짜릿함도 정말 크고요. 그게 테니스의 매력이자 계속하게 되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또 테니스를 하는 순간만큼은 오로지 테니스만 생각하게 되잖아요. 스트레스와 잡생각이 싹 사라지는 경험을 하니까, 테니스를 하지 않을 수가 없죠.
Q. 대회에도 꾸준히 출전하고 계시나요?
기회가 되는 대로 출전하고 있어요. 미주 한인체전에 메릴랜드 대표로 뉴욕과 달라스 대회까지 두 번 연속 참가했습니다. 주로 단체전에 나가고 있어요. 아직 메릴랜드가 단체전에서 메달을 따지는 못했고요.
펜실베이니아에서 열린 한인 테니스 대회에도 한 번 참가했는데, 복식에서 운 좋게 준우승했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원정을 가기가 쉽지 않아서 한인 대회에 자주 나가지는 못해요.
Q. USTA 리그에서도 팀 멤버로 활동하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2025년부터 저희 동호회 중심으로 구성된 USTA 리그 팀에 참여하고 있어요. 거의 한인으로 구성된 팀이고, 젊은 한인 청년이 캡틴을 맡고 있습니다. 캡틴에게 많이 배우고 있죠. NTRP 4.0 팀에서 가능한 한 경기에 모두 참여하려고 합니다.
참여 첫해인 2025년에 지역 리그에서 우승해서 섹셔널 챔피언십에 나갔어요. 내셔널 진출권은 얻지 못했지만, 첫 출전에서 챔피언십 출전권을 얻었다는 점에서 자부심이 컸습니다.
2026년에도 다른 리그에서 우승해 챔피언십 출전권을 받았는데, 저는 한국 여행 일정과 겹쳐 참가하지 못했어요. 실력은 조금 부족해도 넘치는 자신감으로 꾸준히 팀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Q. 미국에서 테니스를 치며 좋다고 느낀 문화가 있나요?
제가 경험한 경기에서는 라인 판정 때문에 다투는 일이 많지 않았어요. 서로의 콜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좋았죠. 그리고 USTA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서 좋아요. 레벨도 잘 나뉘어 있고 여러 방법으로 테니스를 즐길 수 있거든요.
Q. 앞으로 꼭 이루고 싶은 목표도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는 NTRP 4.5로 올라가는 게 목표예요. 그리고 저희 USTA 팀이 내셔널까지 진출하는 것, 제가 메릴랜드에 사는 동안 대표팀 멤버로 미주 한인체전에서 우승하는 것도 목표입니다. 예순이 되기 전까지 이루고 싶어요.
물론 나이가 들수록 더 어려워지겠지만요. 목표가 너무 많은가요? 많아야 하나라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Q. 나에게 테니스란 무엇인가요?
도전과 성취입니다.
처음에는 누구보다 멋지게 치고, 잘하고, 실수 없이 이기는 고수가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시간과 비용을 들여 레슨도 받고 땀 흘려 연습했죠. 그런데 실력은 노력에 비례하지 않더라고요. 레슨을 받아도 제자리인 것 같고, 대회에 나가면 제대로 된 스윙 몇 번 해보지 못한 채 경기가 끝나기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운동이 노동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코트에서 짜릿함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제 나름의 방법을 찾아봤어요. 한꺼번에 모든 걸 잘할 수는 없으니까, 매번 한 가지 기술이나 작전을 코트에서 꼭 실천해보는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실수도 실패도 많이 했고 파트너에게 미안한 순간도 있었어요. 그래도 연습하고 공부하고, 필요하면 레슨도 받으면서 다시 시도했죠. 그러다 그 도전이 마침내 성공했을 때의 기쁨은 정말 컸어요. 프로 선수가 멋진 플레이를 하고 주먹을 쥐며 Vamos를 외치는 느낌처럼요.
처음에는 승패와 상관없이 오늘 내가 해낸 기술이나 작전에 만족했어요. 그렇게 도전하고 성취하는 짜릿함을 반복하면서 오랫동안 테니스를 즐긴 것 같습니다.
Q. 아직 테니스의 매력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테니스는 고수만 짜릿함을 누릴 수 있는 운동이 아니잖아요. 테린이든 어떤 레벨이든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면, 성취하고 또 도전하면서 누구나 테니스의 진짜 매력을 맛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도전들이 쌓이면 우리가 상상하는, 아니 그 이상의 멋진 테니스인이 되어 있지 않을까요? 저는 그렇다고 믿습니다.
우리 함께 도전하고 성취합시다. 도전을 멈추지 맙시다. 응원합니다. Vamos!!
곽동석 님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design_puleum/
※ 2026년 8월 16~19일 진행한 인터뷰입니다. 나이와 거주 기간, 활동 및 목표는 인터뷰 당시 기준이며, 질문 구성과 답변은 원문의 의미를 유지하며 읽기 쉽게 정리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