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KO TENN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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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2026.09.18

스트링은 단순한 줄이 아니다

플레이어의 감각을 읽는 스트링어, 전진완 님 인터뷰

스트링은 단순한 줄이 아니다

라켓을 고를 때는 무게와 밸런스, 프레임의 특성을 꼼꼼하게 따지면서도 정작 공과 직접 맞닿는 스트링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스트링의 종류와 텐션은 같은 라켓의 느낌마저 완전히 다르게 바꾼다.

김포 마산동에서 스트링 전문숍을 운영하는 전진완은 스트링어의 일을 단순히 라켓에 줄을 매는 작업이라고 설명하지 않는다. 플레이어가 원하는 감각을 듣고, 적절한 스트링과 세팅을 찾아주고, 다시 피드백을 받는 과정까지가 스트링어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이번 LETSKO 인터뷰에서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MRT 자격을 준비했던 시간부터 WTA 코리아오픈 공식 스트링어 경험, 프로 선수의 라켓을 다루는 긴장감,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좋은 스트링어의 조건까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포시 마산동에서 테니스 스트링 전문숍인 스트링 마스터를 운영하고 있는 전진완입니다.

Q. 스트링어라는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원래 테니스에 관심이 있었고 어렸을 때 몇 년 동안 테니스를 쳤습니다. 이후 약 30년 정도 쉬었다가 2014년부터 처남의 권유로 다시 테니스를 시작했어요.

그때 처남에게 테니스 스트링어라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테니스를 하면서 함께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그때부터 스트링어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Q. 스트링어를 잘 모르는 분들에게 이 일을 설명한다면요?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라켓에 스트링을 장착하는 직업입니다.

하지만 조금 더 깊게 들어가면 단순히 줄을 매는 것으로 끝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상담하고, 그에 맞는 스트링을 추천하고, 실제 사용 후 피드백까지 받는 과정이 포함됩니다.

결국 플레이어가 자신에게 맞는 세팅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에 가깝습니다.

Q. 전문 스트링어가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셨나요?

저는 스트링어를 늦게 시작한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자격을 취득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어요.

USRSA의 최고 등급인 MRT, Master Racquet Technician 자격을 약 1년 반 동안 준비했습니다. 시험감독관이 있는 가운데 필기와 실기 시험을 치렀고 미국에서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또 일산의 한 테니스숍에서 사장님의 도움을 받아 1년 넘게 배우며 실전 경험도 쌓았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현재 김포 마산동에서 숍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Q. WTA 코리아오픈 공식 스트링어로 활동하셨습니다. 처음 프로 선수의 라켓을 맡았을 때는 어떤 기분이셨나요?

MRT 자격을 취득한 이후 저를 한 단계 더 성장시켜준 경험이 WTA 코리아오픈 공식 스트링어 활동이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 프로 선수의 라켓을 맡았던 순간의 긴장감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선수들의 요구사항을 하나라도 놓치거나 잘못 기재하지 않기 위해 대회 기간 내내 굉장히 집중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작업 자체가 동호인과 완전히 다른 것은 아닙니다. 다만 프로 선수들은 요청사항이 훨씬 세밀합니다. 예를 들어 프리 스트레칭을 5% 또는 10%로 해달라는 요청은 일반 동호인에게서는 거의 받지 않는 주문이죠.

Q.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나 요청이 있을까요?

제시카 페굴라 선수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대회 기간 동안 스트링 교체를 가장 많이 했던 선수였고, 라켓마다 텐션도 다르게 세팅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그날의 컨디션이나 상대 선수의 스타일에 따라 서로 다른 텐션의 라켓을 선택해서 사용했습니다.

페굴라 선수의 코치도 기억에 남습니다. 대회 기간 동안에는 상당히 무뚝뚝했는데, 우승한 뒤 스트링 부스를 찾아와 수고했다고 말하면서 처음으로 살짝 미소를 보여줬어요. 그 순간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Q. 동호인들이 스트링에 대해 꼭 알아두었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요?

가끔 고객분들께서 알아서 해달라고 하실 때가 있습니다. 사실 스트링어 입장에서는 가장 어려운 요구 중 하나입니다.

요즘 스트링은 과거보다 종류와 특성이 굉장히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자신에게 맞는 스트링을 혼자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전문 스트링어와 충분히 상담해보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과 전혀 맞지 않는 선택을 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볼과 직접 닿는 부분이 스트링이기 때문에 타구감에도 굉장히 큰 영향을 줍니다.

Q. 그렇다면 전문 스트링어의 실력은 어디에서 차이가 난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전문 상담과 디테일한 손맛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고객의 플레이 스타일을 파악해야 합니다. 그리고 고객이 원하는 느낌을 만들어줄 수 있는 스트링을 추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작업에서도 차이가 납니다. 텐션 로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스트링을 정렬하고, 매듭 하나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디테일이 중요합니다.

작은 부분들이 쌓여 결국 플레이어가 느끼는 라켓의 감각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합니다.

Q. 반복되는 작업 속에서 어려움을 느낄 때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매일 비슷한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자칫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USRSA와 ERSA 소식지를 받아보면서 계속 공부하고 있습니다. MRT 자격 역시 새로운 제작 기술과 관련해 매년 시험을 보고 갱신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계속 공부하게 됩니다.

스트링어 역시 한 번 기술을 익혔다고 끝나는 직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Q. 오랫동안 스트링 작업을 하면서 만들어진 본인만의 원칙이 있나요?

고객의 입장에서 상담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항상 절대 가르치려고 하지 말자라는 생각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전문가가 자신의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듣고 함께 답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 스트링어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요?

아마 많은 스트링어들이 비슷한 꿈을 가지고 있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언젠가 메이저 대회의 공식 스트링어로 참가해보고 싶습니다.

계속 노력하다 보면 그런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Q. 마지막 질문입니다. 나에게 테니스란 ______이다. 빈칸을 채운다면요?

나에게 테니스란 힐링이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테니스를 칠 때도 그렇지만 특히 스트링 작업을 할 때는 잡념이 없어집니다.

손가락과 손, 팔이 따로 생각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움직일 정도로 작업에 집중하게 되는데, 그렇게 최고의 집중 상태를 경험하고 나면 오히려 머리가 개운해집니다.

저에게 테니스와 스트링 작업은 그런 의미에서 힐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