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라켓을 처음 잡은 지 41년.
중·고등학교와 대학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이후 호주에서 20년 동안 테니스를 공부하고 지도했다.
하지만 긴 시간 동안 테니스를 해왔다고 해서 처음부터 테니스를 사랑했던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의지로 시작한 운동이 아니었던 선수 시절에는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다. 오히려 호주에서 테니스를 다시 공부하고, 누군가에게 가르치는 법을 배우면서 비로소 테니스를 좋아하게 됐다.
현재 포항에서 동호인들을 지도하고 있는 수잔은 모든 사람이 똑같은 스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마다 체형도, 관절의 움직임도, 적절한 운동량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녀가 꿈꾸는 테니스는 더 세게 치고, 더 화려하게 치는 테니스만이 아니다. 부상 없이 오래, 가능하다면 90세에도 즐길 수 있는 테니스.
41년의 테니스 인생을 지나 여전히 배우고 있는 수잔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현재 포항 라이프테니스코트에서 레슨을 하고 있는 수잔입니다.
Q. 테니스는 어떻게 처음 시작하게 되셨나요?
초등학교 때 부모님의 권유로 시작하게 됐어요.
당시에는 테니스가 아니라 수영을 하고 있었는데 운동신경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으셨는지, 중학교 테니스 감독 선생님께서 부모님 연락처를 알아내 직접 연락을 주셨다고 해요.
그렇게 테니스를 시작했고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선수 생활을 했습니다. 이후 명지대학교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갔어요.
Q. 대학 졸업 후에는 호주로 가셨다고 들었어요. 처음부터 테니스를 위해 떠난 건 아니었다고요.
네. 사실 처음부터 테니스를 하려고 호주에 간 것은 아니었어요. 어학연수와 이민을 위해 갔습니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학교 총장님과 테니스를 치게 됐고, 그것을 계기로 테니스 전문 교육과정을 밟게 됐어요. 3년제 과정을 졸업한 뒤에는 그 학교에 남아 지도자 생활까지 하게 됐습니다.
결과적으로 호주에서 약 20년을 보냈어요.
Q. 한국과 비교했을 때 호주의 테니스 문화나 코칭에는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제가 느낀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테니스에 대한 문턱이 낮다는 점이었어요. 사람들이 테니스를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었죠.
코칭에서도 단순히 랠리를 오래 이어가는 것보다는 실제 게임을 하기 위한 패턴 훈련을 많이 했습니다.
제가 있었던 곳은 일반 동호인을 대상으로 하는 곳이 아니라 선수를 꿈꾸거나 지도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공부하는 학교였어요. 그래서 단순히 테니스를 잘 치는 방법보다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해 많이 배웠습니다.
지금 동호인들을 가르칠 때도 그때 배운 방식들을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Q. 20년이라는 긴 시간을 해외에서 보내셨는데 힘든 점은 없으셨나요?
같은 학교에 계셨던 선생님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어요.
제가 졸업한 학교에서 그대로 지도자 생활을 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기보다는 행복하고 즐거웠던 기억이 더 많습니다.
돌이켜보면 어느새 라켓을 잡은 지도 41년이 됐네요.
Q. 지금 레슨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먼저 기본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기본을 익힌 다음에는 스텝 훈련을 많이 해요. 사다리를 놓고 움직이는 식의 훈련보다는 실제로 공을 치면서 발을 움직이게 합니다.
게임이나 랠리 상황에서 공이 오면 자연스럽게 발이 먼저 움직일 수 있도록 패턴을 반복해서 연습하는 거죠.
그리고 기본적인 기술을 익히고 나면 그 사람의 신체 구조에 맞는 스윙을 디자인해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Q. 사람마다 스윙을 다르게 가르치신다는 말씀이 인상적이에요.
사람마다 체형이 전부 다르잖아요.
흉곽의 크기도 다르고 관절이 움직일 수 있는 범위도 다릅니다. 그런데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스윙을 요구할 수는 없어요.
그래서 저는 그 사람의 체격과 관절 움직임에 맞춰 스윙을 만들어주려고 합니다. 그렇게 해야 부상의 빈도도 줄어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 한국 동호인들의 실력은 정말 많이 높아졌습니다. 유튜브나 여러 매체를 통해 좋은 선수들의 영상을 쉽게 볼 수도 있고요.
다만 기본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프로 선수의 스윙을 그대로 따라 하려고 하면 오히려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스윙을 그대로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스윙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오랫동안 선수와 지도자 생활을 하셨는데, 처음부터 테니스를 좋아하셨나요?
사실 선수 생활을 할 때는 그렇지 않았어요.
제가 제 의지로 시작한 테니스가 아니었기 때문에 후회도 많이 했고, 하기 싫었던 순간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호주에서 지도자가 되어 테니스를 다시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달라졌어요.
테니스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고 난 뒤에 오히려 테니스를 사랑하게 됐습니다.
Q. 실력이 늘지 않아 지쳐 있는 동호인들에게는 어떤 이야기를 해주시나요?
저는 항상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뛰어난 재능보다 꾸준함이 이기는 종목이 테니스라고요.
실제로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테니스는 한 번에 갑자기 실력이 완성되는 운동이 아니에요. 계속 연습하고 경험을 쌓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결국 꾸준히 하는 사람이 좋아질 수밖에 없는 운동이라고 생각해요.
Q. 코치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테니스를 좋아해서 시작한 회원분들이 조금씩 실력이 느는 모습을 볼 때마다 즐겁고 행복합니다.
저는 하루 종일 레슨하지 않고 저녁 시간에만 레슨을 하고 있어요.
이유가 있습니다. 그날 첫 번째 회원부터 마지막 회원까지 제가 똑같은 텐션과 에너지로 가르칠 수 있는 시간만큼만 레슨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낮에는 제 취미생활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요.
어릴 때부터 계속 테니스를 해왔기 때문에 테니스로 인해 삶이 어느 순간 크게 바뀌었다기보다는, 테니스가 계속 제 삶 속에 있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아요.
Q. 지금도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신가요?
저는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나달 아카데미에 가서 지도자로서 교육을 받아보고 싶어요. 지금도 항상 가지고 있는 목표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꿈이 있습니다.
테니스가 젊은 사람들만 즐기는 운동이 아니라 90세가 되어도 즐길 수 있는 운동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나이가 들어서도 칠 수 있는 테니스 프로그램을 만들고, 그런 분들이 함께할 수 있는 동호회를 만드는 것도 목표 중 하나입니다.
Q. 정말 80대, 90대까지 테니스를 계속 즐기는 것이 가능할까요?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자신의 몸에 맞게 쳐야 합니다.
특히 관절이 움직이는 방향에 맞는 스윙이 중요해요. 몸에 무리가 가는 스윙을 계속 반복하면 결국 관절이나 연골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적절한 스탠스의 폭도 다르고, 임팩트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어깨에 무리가 갈 수도 있어요. 잘못된 그립을 계속 사용하면 손목에 부담이 생겨 결국 테니스를 하지 못할 정도의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요.
운동량 역시 사람마다 다릅니다.
누군가에게 맞는 운동량이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이 맞는 것은 아니에요. 이런 부분까지 함께 살펴주는 것도 코치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몇몇 사람만 오래 치는 것이 아니라 제가 가르치는 모든 테니스인이 부상 없이 오랫동안 테니스를 즐기는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어떤 코치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회원분들을 저는 제 ‘걸어 다니는 모델’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가르친 회원이 어디에 가서 테니스를 치더라도 사람들이 보고 잘 친다, 잘 배웠다는 이야기를 해준다면 그것 역시 제 목표를 이루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많이 지난 뒤에 회원분들이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 코치에게 잘 배워서 나는 지금도 부상 없이 테니스를 잘 치고 있다고.
그런 코치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