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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2026.06.17

잘 치게 하기 전에, 먼저 재미있게 치게 하는 일

뉴저지에서 테니스를 가르치는 이재욱 코치 인터뷰

잘 치게 하기 전에, 먼저 재미있게 치게 하는 일

미국에서 테니스는 어떤 모습일까. US 오픈처럼 세계적인 대회가 열리는 나라. 하지만 동시에 야구, 미식축구, 농구처럼 거대한 스포츠 문화가 자리 잡은 나라. 그 안에서 테니스는 사람들의 일상 속에 어떻게 들어가 있을까.

​ 뉴저지에서 테니스를 가르치는 이재욱 코치에게 미국의 테니스 문화에 대해 물었다. 그가 가장 많이 꺼낸 말은 ‘재미’였다. 잘 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먼저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 라켓을 처음 잡은 사람이 최대한 빨리 공을 주고받고, 게임을 해보고, 테니스가 어렵기만 한 운동이 아니라 계속 하고 싶은 운동이라고 느끼게 하는 것. 이재욱 코치는 미국에서 테니스를 가르치며 그 부분을 가장 많이 고민한다고 했다.

레츠코가 뉴저지의 테니스 환경, 미국의 레슨 문화, 그리고 이재욱 코치가 생각하는 좋은 테니스인에 대해 물었다.

Q.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재욱입니다. 뉴저지에 살고 있고, 현재 테니스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 Q. 미국은 야구, 미식축구, 농구 같은 스포츠의 인기가 큰 나라라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그 안에서 테니스는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다고 느끼시나요?

정말 많은 사람들이 테니스를 치고 있어요. 한국과 다르게 테니스장이 정말 많아서, 많은 사람들이 쉽게 테니스를 칠 수 있습니다. 테니스를 접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정말 좋은 편이라고 생각해요.

​ Q. 코치님은 처음 테니스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한국에 계실 때부터 테니스를 치셨나요?

어렸을 때 테니스를 시작했어요. 초등학교 때 선수처럼 잠깐 했고, 대학교 때 조교로 다시 잠시 테니스를 했습니다. 그 뒤로는 오랫동안 테니스를 치지 않다가, 10년 전쯤 다시 시작하게 됐어요. 그리고 미국에서 테니스를 가르치게 됐습니다. 본격적으로 테니스를 가르친 건 미국에서 시작했습니다.

​ Q. 그러면 한국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으신 건 아니신가요?

아니요. 테니스 엘리트 출신은 아니에요. 체육 전공은 맞습니다. 대학교 때는 보디빌딩을 좋아해서 그쪽으로 했고, 미국에 오기 전까지는 피트니스 센터를 운영했어요.

​ Q. 미국에 오신 뒤 어떤 계기로 다시 테니스를 본격적으로 하게 되셨나요?

처음에는 트레이너로 일을 했어요. 그러다가 회원들이 자녀들에게 테니스를 좀 알려달라고 하셔서 조금씩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지금은 본업처럼 되어버렸네요. ㅎㅎ

Q. 미국에서 테니스를 가르치고 즐기시면서, 한국과 가장 다르다고 느낀 테니스 문화는 무엇인가요?

제가 USPTA에서 프로 코치 라이선스를 딸 때 배운 것이 있어요. 테니스는 재미있게 가르쳐야 하고, 프로그램도 재미있게 짜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테니스 실력을 올리고 잘 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전에 ‘재미’라는 요소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테니스 코칭을 배우기 전에는 학생들에게 조금 엄격했고, 분위기도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어떻게 하면 더 빠르게 게임을 시키고, 더 재미있게 치게 할 수 있을지를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 Q. 주니어뿐만 아니라 성인 레슨에서도 그런 철학이 비슷하게 적용되나요?

네. 어른들을 가르칠 때도 가장 빨리 랠리를 할 수 있게 가르치려고 합니다. 제 회원들 중에 한국에서 테니스를 배우셨던 분들이 몇 분 계신데, 한국에서는 폼이 망가진다고 공도 안 치고 한두 달 동안 빈스윙만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듣고 정말 놀랐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최대한 빨리 공을 주고받을 수 있게 만들려고 해요. 그래야 테니스가 재미있어지고, 계속 치고 싶어지니까요.

​ Q. 미국에서는 학생들이 테니스를 접할 수 있는 환경도 잘 되어 있나요?

미국에서는 고등학교마다 Varsity라고 하는 대표팀이 있어요. 대표팀뿐만 아니라 A그룹, B그룹도 있어서 많은 학생들이 테니스를 배울 수 있습니다. 또 타운마다 테니스 프로그램들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참여할 기회가 많아요. 그런 부분은 한국과 많이 다르다고 느낍니다.

Q. 현실적인 부분도 궁금합니다. 미국의 테니스 레슨 비용은 보통 어느 정도인가요?

미국에서도 동부와 서부는 레슨 비용 차이가 꽤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동부 쪽에 있는데, 보통 시간당 60불 정도부터 시작합니다. 잘하는 코치들은 시간당 200불씩 받는 경우도 있어요. 제 친구 코치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서부 쪽이 더 비싸다고 하더라고요.

​ Q. 지금은 직접 테니스장을 운영하고 계신 건가요?

아니요. 테니스장을 운영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현재는 코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Q. 미국에서는 테니스를 치고 난 뒤 같이 식사를 하거나, 가볍게 맥주 한잔을 하는 문화도 있나요?

USTA 대회나 리그가 있을 때는 간단한 맥주나 와인을 가지고 와서, 시합이 끝난 뒤 다 같이 마시고 이야기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레슨 시간도 저 같은 경우 뒤에 레슨이 없으면 추가 비용 없이 조금 더 봐드릴 때도 있어요. 한국과 다른 점이라면, 아주 가끔 고맙다고 레슨비 말고 따로 팁을 주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레슨 후에 외국 친구들이 홈파티에 초대해준 적도 있어요. 다만 저는 같이 어울리지는 않는 편입니다. 공과 사를 조금 구분하는 스타일이어서요.

Q. 10년 가까이 테니스를 가르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회원이나 학생이 있으신가요?

자폐가 있는 학생이 있었어요. 그 친구가 하이스쿨 팀에 들어가고, 실제로 게임까지 하게 되는 걸 봤을 때 정말 뿌듯했습니다. 요즘도 보람을 많이 느끼고 있어요. 사실 저도 그만두고 싶은 적이 정말 많았거든요. 그런데 요즘 회원님들이 공 치고 레슨 받는 게 재미있다고 말씀해 주세요. 그러면 저도 덩달아 신이 납니다. 요즘은 빨리 레슨하러 가고 싶어질 정도예요.

​ Q. 오래 가르치다 보면, 코트 위에서 사람의 성격이나 성향도 어느 정도 보이나요?

네. 저는 어렸을 때부터 가르치는 일을 오래 해와서 그런지, 레슨할 때 보면 이 사람이 어떤 성향인지 대충은 보이더라고요. ㅎㅎ 저뿐만 아니라 오래 가르치신 분들은 어느 정도 느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Q. 테니스를 오래 치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공통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테니스를 오래 치는 사람들은 포기를 잘하지 않는 것 같아요. 테니스가 쉽지 않은 운동이잖아요. 금방 포기하기도 쉬운 운동인데, 오랫동안 치는 분들은 어떤 일이든 쉽게 포기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 Q. 코치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테니스인’은 어떤 사람인가요?

좋은 테니스인은 항상 겸손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레벨이 낮은 사람에게도 잘 대해주고, 게임할 때 매너를 잘 지키는 사람이요. 그리고 풋폴트 하는 사람들이 여기도 엄청 많습니다. ㅎㅎ

​ Q. 뉴저지에서 처음 테니스를 시작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테니스는 꼭 배워야 할 스포츠라고 생각해요. 언제 어디서나 친구를 만들 수 있는 스포츠입니다. 테니스를 통해 운동도 할 수 있고, 사람도 만날 수 있어요. 그래서 처음 시작하는 분들에게 꼭 한번 배워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 Q.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떤 코치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솔직히 말하면 No.1 코치가 되고 싶습니다. 정말 잘 가르치고, 정말 재미있게 가르치는 코치로 기억되고 싶어요.

이재욱 코치가 말하는 테니스는 기술보다 먼저 재미에 가까웠다. 그리고 재미는 단순히 웃고 떠드는 분위기만을 뜻하지 않았다. 처음 라켓을 잡은 사람이 공을 넘겨보는 경험. 혼자 하던 운동이 누군가와 주고받는 시간이 되는 순간. 레슨이 어렵고 딱딱한 시간이 아니라, 다음 시간이 기다려지는 경험. 그런 것들이 쌓이면 사람은 테니스를 계속하게 된다.

​ 잘 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전에 먼저 코트에 다시 오고 싶게 만드는 것. 뉴저지에서 이재욱 코치가 하고 있는 일은 어쩌면 그 지점에 가까웠다. 테니스를 잘 가르치는 코치이면서, 동시에 테니스를 좋아하게 만드는 코치. 그가 말한 No.1 코치의 의미도 결국 거기에 닿아 있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