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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2026.06.13

운동하러 가는 길이 조금 더 즐거워졌으면 해요

라켓 스포츠 가방 브랜드, 윈불 정영한 대표 인터뷰

운동하러 가는 길이 조금 더 즐거워졌으면 해요

스포츠 용품에는 웨어, 그립, 소품처럼 다양한 카테고리가 있다. 그중 윈불은 가장 먼저 '가방'에 집중했다. 라켓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운동하러 갈 때 가장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물건. 그리고 일상과 코트 사이를 연결해주는 물건이 바로 가방이기 때문이다.

윈불 정영한 대표는 말한다.

"예쁜데 너무 비싸지 않고, 기능도 좋고, 남들과 똑같지 않은 가방. 그런 선택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레츠코가 윈불의 시작과 제품 철학,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물었다.

Q. 스포츠 용품에는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이 정말 많은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가방'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사실 스포츠 용품 중에서 가방은 운동하러 갈 때 겉으로 드러나는 몇 안 되는 물건 중 하나예요. 운동하러 가는 사람이 남에게 보이는 건 결국 입은 옷과 메고 있는 가방, 이 두 가지밖에 없거든요.

부모님이 20년 넘게 배드민턴 동호회를 하셔서, 어릴 때부터 라켓 스포츠 가방을 자연스럽게 많이 봐왔어요. 그런데 제 눈에는 기존 가방들이 로고가 너무 크거나, 원색이 강하거나, 일상에서 들기엔 조금 촌스럽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렇다고 예쁜 가방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막상 '이거 예쁘다' 싶으면 가격이 너무 비싸서 고민하다가 포기하게 되더라고요. 또 어렵게 장만해도 동호회나 클럽에 가면 같은 가방을 든 사람이 꼭 한두 명씩 있고요.

결국 '예쁘면 비싸고, 예쁜 선택지는 한정적이라 남들과 겹친다'는 답답함이 시장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가방에서 가능성을 봤어요. 운동 장비이면서도 일상과 어우러지는 물건으로 다시 보면, 아직 제대로 채워지지 않은 자리가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화려하게 튀지 않으면서도 예뻐서 매일 들고 다니고 싶은 가방. 그 자리를 윈불이 채우고 싶었습니다.

​ Q. 윈불이라는 이름도 인상적입니다. 브랜드명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윈불(WINBULL)은 WIN, 승리와 BULL, 황소를 합친 이름이에요. 황소는 기교에 의존하지 않잖아요. 오로지 자기 힘과 속도, 의지로 도전을 극복하죠. 저희는 그 단순함이야말로 황소를 진정한 승자로 만든다고 봤어요.

윈불은 그 황소의 '승리 공식'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그 공식이 바로 '심플함'이에요. 화려한 기교가 아니라, 심플한 색과 선, 면의 조화로 우아한 제품을 만드는 것. 그게 윈불이라는 이름에 담은 뜻입니다. 저희 태그라인이 'Play Simple, Be Elegant'인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사실 다른 후보를 오래 고민하진 않았어요. 스포츠는 결국 승리를 원하고, 그곳으로 향하잖아요. 거기에 윈불이 추구하는 심플함을 더하니까 '승리'와 '단순함'이라는 두 키워드가 자연스럽게 모였고, 다른 이름을 더 찾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재밌는 건 많은 분들이 윔블던에서 따온 이름인 줄 아세요. 그런데 사실은 황소에서 온 이름입니다.

Q. 로고와 컬러에도 브랜드 철학이 담겨 있을 것 같습니다.

맞아요. 로고도 이름의 의미를 담고 있어요. 윈불의 첫 글자인 W를 중심에 두고, 위쪽에는 황소의 뿔을 형상화했습니다. 이름에 담은 '승리하는 황소'가 마크 안에 들어가 있는 거죠. 또 W 안에 사선으로 포인트를 준 부분은 BULL의 B를 형상화한 거예요. WIN과 BULL, 이름을 이루는 두 글자가 로고 하나에 함께 담겨 있는 셈입니다.

서체는 세리프로 풀어서, 심플한 형태 안에서도 고급스럽고 우아한 분위기가 나도록 했어요. 심플하지만 작은 포인트가 있고, 그러면서도 우아한 느낌. 윈불이 추구하는 방향을 로고 하나에 담고 싶었습니다.

컬러는 두 가지 그린을 사용해요.

하나는 로고와 제품에 쓰는 딥그린입니다. 원색으로 화려하게 튀는 기존 라켓 가방들과는 다른 길을 가고 싶었어요. 깊고 차분한 초록은 일상 어디에나 잘 어우러지면서도 우아한 느낌을 주거든요.

다른 하나는 더 선명하고 생기 있는 그린이에요. 윈불의 시그니처 컬러인데, 이 컬러는 제품보다는 택이나 포장처럼 고객이 윈불을 처음 만나는 순간에 사용합니다.

저희가 '튀지 않는 디자인'을 추구한다고 해서 밋밋한 브랜드가 되고 싶은 건 아니에요. 차분한 제품 안에 딱 한 군데, 선명한 포인트를 두는 거죠. 박스를 열었을 때 그 그린이 '아, 윈불이다' 하고 기억되길 바랐습니다.

Q. 말씀을 듣고 보니 디자인 감각이 남다르신 것 같습니다. 혹시 디자인을 전공하셨나요?

아니요. 저는 경영학을 전공했어요. 라켓 스포츠 경력이 오래된 것도 아니고, 디자인을 정식으로 배운 것도 아닙니다. 얼마 전까지는 회사원으로 근무했어요. 그래서 제가 의지하는 건 두 가지예요.

하나는 '사용자의 눈'입니다. 전문가의 시선이 아니라, 매일 가방을 메는 평범한 사람이 느끼는 감각이요. '이건 예쁘다', '이건 조금 촌스럽다'처럼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느끼는 감각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대신 그 감각을 게으르게 두지 않으려고 해요. 매일 수많은 가방과 디자인을 찾아보고, '이런 가방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계속합니다. 거의 직업병처럼요.

사실 가방뿐 아니라 마케팅에도 관심이 많아서 평소에 다양한 브랜드와 마케팅 사례를 정말 많이 들여다봐요. 그러다 보니 '잘 만든 브랜드는 뭐가 다른가'를 보는 눈이 자연스럽게 길러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제 아내예요. 아내가 디자인 전공이라 윈불의 총괄 디자인 검수를 맡고 있습니다. 저는 주로 제품 디자인 방향을 제안하고, 아내와 계속 논의하면서 최종 결과물을 다듬어요.

제가 사용자 입장에서 방향을 잡으면, 아내가 전문가의 눈으로 완성도를 잡아주는 방식이죠. 이름, 로고, 컬러가 하나로 이어진다고 느끼셨다면 아마 그 두 시선이 계속 맞물린 결과인 것 같습니다.

​ Q. 제품을 만들 때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가장 많이 고민하는 건 역시 디자인이에요. 윈불은 시작부터 '심플하지만 예쁘고, 합리적인 가격의 가방'을 만들자는 브랜드였거든요. 그런데 저희가 생각하는 예쁨은 화려하게 튀는 게 아니에요.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도 예쁜 것. 그 균형을 잡는 게 가장 어렵고, 가장 공들이는 지점입니다.

그래서 몇 가지 원칙이 있어요. 한 가방에 색은 세 가지 이상 쓰지 않고, 일상에서 어우러지는 색감을 우선합니다. 로고도 디자인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서, 로고가 가방의 주인공이 되지 않게 하고요.

대신 작은 색 포인트나 원단의 재질감 차이, 색 조합으로 깔끔하면서도 예쁜 인상을 만들려고 합니다. 이 '적당한 선'을 찾기 위해 원단을 수백 가지씩 보고, 샘플도 한 제품에 대여섯 번씩 만듭니다.

Q. 끝까지 양보하지 않았던 기능이나 디테일도 있었나요?

가장 양보하지 않았던 건 '형태'예요. 디자인이 아무리 예뻐도 가방의 형태가 무너지면 한순간에 후줄근해 보이거든요. 한번은 공장에서 "이 정도면 타사 제품만큼 형태가 유지된다"고 했는데, 제 기준에는 부족했어요. 그래서 보강재부터 원단까지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형태를 잡으려고 보강재를 많이 넣으면 무거워지고, 가볍게 만들면 축 처져요. 그 둘 사이의 균형을 잡는 게 정말 어려웠습니다. 가벼우면서도 형태가 제대로 잡히는 지점을 찾을 때까지 계속 수정했어요.

사실 이런 기준을 맞춰줄 공장을 찾는 것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샘플을 대여섯 번씩 거듭하는 과정을 함께해 줄 곳이 많지 않았거든요. 다행히 지금은 그 기준을 함께 맞춰가는 좋은 공장을 만나 생산 라인이 안정적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실제 플레이어들과의 소통이에요. 가방은 결국 매일 쓰는 분들이 가장 잘 알잖아요. 어디가 불편한지, 뭐가 더 있었으면 좋겠는지를 계속 여쭤보고 그걸 구조에 반영합니다.

최근 출시한 RA 클래식 3단 토너먼트백도 그렇게 나온 제품이에요. 실제 플레이어분들을 많이 인터뷰하면서 내부 구조를 설계했습니다.

그중 텀블러 밴드 같은 디테일은 특히 반응이 좋았어요. 작은 차이지만 매일 쓰는 분들께는 그 하나가 사용감을 확 바꾸거든요. 이렇게 쓰는 분들의 목소리에서 나온 디테일이 윈불이 가장 자신 있는 부분입니다.

​ Q.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역시 퇴사를 결정하던 때예요. 저는 안정적인 대기업에 다니고 있었거든요. 매달 나오는 월급, 정해진 정년, 가끔씩 크게 들어오는 성과급. 그걸 내려놓고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은 길로 들어선다는 게 정말 두려웠습니다.

주변에서도 걱정을 많이 했어요. "회사 밖은 지옥이다"라는 말을 제일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그 두려움은 회사를 다니면서 사업을 준비할 때부터 계속 있었어요. 다만 첫 제품을 내놓고 시장 반응이 생각보다 좋았던 게 결정적이었습니다. '아, 이건 해볼 만하다'는 확신이 생기면서 결심했죠.

그래도 막상 퇴사를 통보하던 날의 떨림은 아직도 기억납니다.

​ Q. 반대로 "이 일을 하길 정말 잘했다"고 느꼈던 순간도 있었나요?

의외로 아주 사소한 순간이었어요. 어느 날 코트에서 제가 만든 윈불 가방을 멘 분을 우연히 마주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아는 분도 아니고, 그냥 운동하러 온 평범한 플레이어였어요.

그분은 그 가방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제가 원단 하나 고르려고 몇 번을 다시 했는지 전혀 모르셨겠죠. 그런데 그냥 자연스럽게 그 가방을 메고 코트에 서 계신 거예요.

그 장면을 보는데 '내가 상상만 하던 게 진짜로 누군가의 일상에 들어가 있구나' 싶었습니다.

월급을 포기하고 감수한 불안들이 그 한 장면으로 다 보상받는 기분이었어요. 그때 정말 '아, 하길 잘했다'고 느꼈습니다.

​ Q. 앞으로 윈불이 어떤 브랜드로 기억되었으면 하시나요?

윈불이 '라켓 스포츠 가방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로 기억되면 좋겠어요. 그런데 단순히 1등이 되고 싶다는 뜻은 아니에요.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예쁜 가방을 찾으면 너무 비싸서 포기하게 되고, 어렵게 장만해도 동호회에 가면 꼭 누군가와 겹치잖아요.

저는 윈불이 그 답답함을 풀어주는 브랜드였으면 합니다. 합리적인 가격에, 정말 사고 싶은 디자인과 기능을 갖춘 제품을 꾸준히 내놓는 것. 그래서 라켓 플레이어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것. 사람들이 "라켓 가방 살 때 윈불은 꼭 한번 보게 된다"고 떠올려주시면, 그게 제가 바라는 모습이에요.

​ Q. 스포츠 가방을 넘어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아이템도 있나요?

가방을 넘어서는 도전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가방을 택한 이유가, 운동하러 갈 때 나를 외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게 옷과 가방 정도였기 때문이에요.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다음은 '옷'이라고 생각합니다.

윈불의 디자인 철학, 그러니까 일상과 어우러지는 심플하고 우아한 감각을 의류와 액세서리로도 넓혀보고 싶어요. 라켓 플레이어가 코트에 설 때, 가방부터 옷까지 윈불로 '나답게' 갖출 수 있게요.

더 멀리는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서도 윈불을 만나실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전국의 멀티샵이나 쇼룸에서 직접 보고 만져볼 수 있도록 협업을 넓히고, 해외에도 윈불을 알리고 싶어요.

결국 제가 바라는 건 하나입니다. 더 많은 라켓 플레이어에게 '선택의 즐거움'을 드리는 것. 윈불이 그 즐거움을 주는 브랜드로 기억되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습니다.

​ Q. 마지막으로 레츠코 테니스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우선 이렇게 윈불의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켓 스포츠를 즐기시는 분들이라면 아마 한 번쯤 느껴보셨을 거예요. '마음에 쏙 드는 가방 하나 찾기가 왜 이렇게 어렵지?' 하는 마음이요. 윈불은 바로 그 마음에서 시작된 브랜드입니다.

운동은 결국 나를 위한 시간이잖아요. 그 시간만큼은 들고 나서는 가방 하나까지도 내 마음에 드는 것이면 좋겠어요.

비싸서 망설이지 않고, 남들과 똑같지 않고, 코트에 설 때 괜히 기분 좋아지는 가방. 윈불이 그런 선택지가 되어드리고 싶습니다.

거창한 말보다는, 그냥 운동하러 가는 길이 조금 더 즐거워지는 데 윈불이 함께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지금의 마음, 더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드리고 싶다는 초심을 잃지 않고 계속 좋은 제품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더 많은 분들이 선택의 즐거움을 누리실 수 있도록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