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KO TENN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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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2026.05.18

코트 위에서는 숨길 수 없다

여자 동호인 단식 1위가 말하는 승부, 슬럼프, 그리고 오래 남는 테니스

코트 위에서는 숨길 수 없다

TV에서 이형택 선수의 경기를 보고 그녀는 라켓을 잡았다.

어렵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시작했다.

"쉬워보여서요 ㅋㅋㅋ"

운동신경은 좋은 편이었다. 웬만한 스포츠는 빠르게 습득해온 사람이다. 그런데 테니스는 달랐다.

"상상도 못 할 정도로 어려워서 당황했어요."

그리고 그 어려운 느낌이 좋아서, 그녀는 매력에 빠졌다. 지금도 그 느낌은 여전하다고 했다.

본명은 김경진. 서울 독립문역에서 '테니스한판'이라는 매장을 운영한다. 그리고 한 문장으로 말하자면, 한국 여자 동호인 단식 랭킹 1위.

닉네임 '깽스테'는 세 단어의 합성이다. 친구들이 부르는 '김깽'에서 '깽'을, 테니스의 거친 느낌을 살리려 '갱스터'에서 또 '깽'을, 그리고 마지막에 테니스의 '테'를 붙였다.

그녀는 단식을 친다. 한국 여자 동호인 정점에 단식 한 종목으로 올라 있다.

그래서 단식이 뭐가 그렇게 좋냐고 물었다.

"단식은 코트 위에서 거짓말을 못 해요."

준비한 만큼 나오고, 부족한 부분도 그대로 드러나는 종목. 여러가지로 힘들지만 가장 솔직하게 느꺼진다고 했다.

그 솔직함이, 그녀가 단식을 떠나지 않는 이유다.

테니스 전에 따로 배운 운동은 없었다. 정식 코칭 백그라운드 없이 본인 안에서 굴려 올라온 사람이다.

요즘 그녀의 주 무대는 종로구다. 훈련 파트너는 따로 두지 않는다. 주 1회는 남자 구력 10년 이상인 분들과, 월 1회는 여자 선출과 국화부가 섞인 모임에서 운동한다. 매장 근처 클럽에서 어르신들과 20~30대가 부르면 가서 친다.

"대회 안에서 상위 레벨 분들과 운동할 수 있기 때문에, 평소에는 레벨과 관계없이 즐겁게 테니스를 하는 편이예요."

1위인데, 평소에는 폭이 넓다. 전담 코치도 없다.

"정말 너무너무 안 될 때 한 달 정도 레슨을 받으며 실력 유지를 하려고 노력해요."

폼이 흐트러진다 싶으면 대형 거울 앞에서 쉐도우 스윙을 한다. 감이 떨어졌다 싶으면 잘 넘기는 분과 랠리 연습을 많이 한다.

"감이 떨어졌다는 건 그만큼 운동을 많이 안 했다는 거예요."

자가 진단도, 자가 처방도, 본인 안에서 끝낸다.

그렇게 굴러가는 사이, 그녀는 슬럼프를 세 번 넘었다.

주 무기인 포핸드 스트로크가 한 번 통째로 사라진 적이 있다.

"포핸드 스트로크를 전혀 해본 적 없는 사람처럼, 그동안 어떻게 쳐왔는지 몸도 머리도 기억을 못 하고 엉망이었어요."

수년간 쌓은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감각. 머리가 하얘졌다고 했다.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스포츠가, 오히려 역으로 가장 큰 스트레스를 주는 시기.

거기서 그녀가 들고 나온 답은 두 줄이었다.

기본에 다시 충실할 것. 그리고 그 기본을 다시 잘 할 수 있다는 자기 자신을 믿는 마음.

세 번의 슬럼프 모두 같은 답으로 빠져나왔다.

성장은 어느 날, 라이벌과의 한 경기에서 자각으로 도착했다.

매번 본인이 패하던 상대이게 어느 날 이겼다. 그때까지는 "상대가 오늘 컨디션이 안 좋은가 보다"라고 받아들였다. 본인의 성장으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다음 주, 같은 상대와 다시 경기가 잡혔다. 묘한 긴장감이 흘렀고, 서로 지지 않으려는 기세가 평소보다 컸다. 서로 최선을 다하는데, 평소라면 실수했을 본인 샷들이 그날따라 날카롭게 들어갔다.

"그 샷이 우연이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그게 본인 안에서 한 단계 올라간 순간이었다고 했다.

식단도 같이 갔다. 그녀는 한 달 동안 조코비치 책을 따라 술, 밀가루, 설탕, 커피, 유제품을 끊었다.

"끊었다기보다 많이 줄였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예요. 직장인이 술이랑 밀가루를 완전히 끊는 건 어렵잖아요."

한 달 뒤 체중은 4kg 줄었고, 자고 일어났을 때 늘 남아 있던 피곤함이 사라졌다. 따로 운동을 안 해도 발걸음이 가벼웠고, 단식 때 숨가쁨이 별로 없을 정도로 체력이 좋아졌다.

"맛있는 음식이 세상에 많다는 걸 너무 잘 아시죠? 아마추어가 식단을 계속 유지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예요."

지금은 잘 못 지킨다고 했다. 환경은 직장 다닐 때보다 더 좋아졌는데, 이상하게 더 못 지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7년 처음 1위에 올랐고, 대회가 중단됐던 코로나 시기를 지나 2023년부터 다시 정상에 서 있다. "다른 분께 자리를 내준 게 아니라, 대회 자체가 없었던 거예요."라고 설명했다.

복식이 주류인 한국 테니스 환경. 그 안에서 단식 한 종목으로 1위 자리를 잡고 있는 사람의 시야가 궁금했다.

"단식은 코트 안에 있는 모든 책임을 온전히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경기예요."

흐름이 좋을 때도, 무너질 때도 누구를 탓할 수 없다. 오직 본인의 선택과 멘탈, 체력, 기술로 버텨야 한다고 했다.

"단식의 가장 큰 매력은 '스스로를 끝까지 마주하게 만든다'는 점인 것 같아요."

복식이 함께 만들어가는 재미와 팀플레이의 감동이라면, 단식은 한 포인트 한 포인트마다 자기 자신과 싸우는 느낌에 더 가깝다고 했다. 상대의 공보다도 자기 자신의 흔들리는 마음을 이겨야 할 때가 많고, 그걸 버텨내고 흐름을 뒤집었을 때의 희열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했다.

"단식은 코트 위에서 거짓말을 못 해요. 준비한 만큼 나오고, 부족한 부분도 그대로 드러나니까요."

그래서 그녀는 단식이 가장 솔직한 종목이라고 했다.

같은 솔직함이 동호인에게는 두려움으로 작동한다.

"구력 10년차가 1년차에게 질 수도 있는 게 테니스죠."

단식에서 지면 많이 창피할 수도 있고,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는 종목. 그래서 단식을 피하게 되는 것이라고 그녀는 진단했다.

"패배했을 때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예요. 그 부분을 빠르게 인정하고 분석해서 본인의 단점들을 보완해 나가면 테니스가 어마어마하게 늘 수 있어요."

단식 1위 입에서 나오는 한 줄은 짧고 단단했다.

"단시간에 빠르게 성장하고 싶다면, 단식 많이 하시면 좋습니다."

지금까지 친 경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한 판이 뭐냐고 물었다. 경진 님은 의외로 복식 결승 한 판을 꺼냈다.

파트너 언니와 함께 오른 결승. 그날 그녀는 웜업 서브 연습 중에 양다리에 쥐가 올랐다. 코트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때 상대편 선수 두 명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상대 선수 두 명이 제 발을 손수 바늘로 따줬어요."

피가 났고 아팠지만 결승전이었다. 그녀는 게임에 들어갔다.

쥐가 또 올라올까 봐 몸을 사렸다. 그녀는 게임에 들어갔다.

쥐가 또 올라올까 봐 몸을 사렸다. 그런 사이 스코어는 1:5가 됐다.

패배가 코앞이었다. 그때 파트너 언니가 한마디를 던졌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 말에 그녀는 다시 마음을 잡았다.

"쥐가 나든 말든 그냥 뛰었어요. 그런데 쥐가 안 올라오더라고요."

그날의 응급처치 덕분이었던 것 같다고 그녀는 말했다. 1:5에서 시작된 추격이 결국 타이브레이크까지 따라 붙었고, 그녀는 그 타이를 잡아냈다.

짜릿한 역전승. 승리의 기쁨과 고마움을 미안함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경기 후, 그녀는 발을 따줬던 상대 선수에게 물었다. 왜 나를 도와줬냐고.

상대의 답은 한 줄이었다.

"제가 아플 때 이기고 싶지 않았대요."

그 말이 어찌나 멋있던지, 정말 너무 멋있었다고 그녀는 말했다.

코트 밖에서 그녀는 한 번 더 결정을 했다.

15년의 직장 생활.

"즐거운 일이 많았지만, 제가 부품인 것 같은 느낌을 언제나 지울 수가 없었어요."

시간과 공간에 얽매이고, 사람 관계에 지쳤다. 대부분의 직장인의 같은 느낌 안에서 산다는 걸 그녀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똑같이 이대로 제 인생을 보내고 싶지 않았어요."

그녀는 과감히 퇴사했다. 그리고 본인이 제일 잘하고, 가장 즐거워하는 일을 선택했다.

그게 '테니스한판'이다.

매장 이름은 처음부터 '한판'은 아니었다. '깽스테니스', '깽스스포츠' 같은 본인 이름을 단 후보들이 먼저 올라왔다. 그런데 다 말하기가 어려웠고, 잘 외워지지도 않았다.

"한 번만 들어도 딱 기억에 남을 만한 이름을 생각하다가 '테니스한판'을 만들었어요. 테니스 한판 할 때 이곳에서 전부 장만이 가능하다, 뭐 그런 뜻으로 지었어요 ㅎㅎ"

본인 이름을 빼고 기억성을 택한 결정. 닉네임은 본인을 담고, 매장명은 기능을 담는다. 그 분리가 매장의 출발이었다.

1위이자 매장 주인이 된 그녀는, 매장 안에서 동호인이 모르고 있는 한 가지를 본다.

"테린이는 그렇다 치고, 10년 이상 된 분들도 스트링과 스트링 교체 주기에 대해 잘 모르세요. 심지어 끊어질 때까지 사용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녀는 특히 스트링 교체 주기를 자주 강조했다. 아마추어가 프로처럼 자주 라켓을 바꾸긴 어렵지만, 시간이 지나면 스트링의 특성과 텐션이 분명히 떨어지는 만큼 그 변화를 무시해선 안 된다고 했다.

본인이 권하는 처방은 구체적이다. 구력 5년 이상이라면, 라켓 두 자루를 한 자루씩 2주 간격으로 스트링을 교체할 것. 주 몇 회 운동하느냐와는 관계가 없다.

그만큼 그녀는 장비의 미세한 차이를 읽는 감각이 플레이에도 영향을 준다고 확신했다.

"스트링에 예민해지는 만큰 실력도 향상됩니다. 이건 제 생각이 아니라 정해져 있는 답이에요."

인터뷰의 마지막. 그녀는 본인 안의 테니스를 한 줄로 정리했다.

"테니스는 제게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제 삶을 설명해주는 언어 같은 존재인 것 같아요."

잘할 때는 자신감을 가르쳐줬고, 무너질 때는 버티는 법을 알려줬고, 슬럼프 속에서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어줬다고 했다.

"코트 위에서는 제가 흔들리면 흔들린 만큼 공에 드러나고, 견뎌낸 시간은 결국 플레이로 증명되더라고요."

그래서 그녀는 테니스를 통해 기술보다 먼저 사람으로 성장한 것 같다고 했다.

지금의 그녀는 코트 위와 코트 밖, 두 자리에 모두 서 있다.

"예전에는 제가 직접 경기로 감동을 받았다면, 이제는 누군가 라켓을 고르고, 스트링을 바꾸고, 다시 즐겁게 코트로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함께 힘을 얻어요."

테니스가 자신의 인생을 바꿨듯, 누군가의 테니스 인생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게 그녀가 지금 매장 카운터에 서 있는 이유였다.

"결국 오래 남는 사람이 가장 강한 사람이예요."

잘 안 풀리는 날도 있고, 슬럼프도 오고, 다 내려놓고 싶은 순간도 분명 온다고 했다. 그런데도 다시 라켓을 잡고 코트에 나가는 사람은 결국 다시 성장한다며 그녀는 덧붙였다.

"결과에 너무 조급해하시지 마시고, 부상 없이 안전하게 웨이트 등 보조운동 하시면서 즐겁게 테니스 하시기 바랍니다."

경진님의 테니스가 마지막에 닿은 곳은 승부의 끝이 아니라, 오래 코트에 남아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