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KO TENN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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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2026.05.14

불안으로 시작한 새벽, 깔깔 웃는 코트가 되기까지

깔깔 테니스에서 슈퍼국화까지

불안으로 시작한 새벽, 깔깔 웃는 코트가 되기까지

2026년 2월 27일, KATO 전국대회 여자퓨처스부 결승. 관중의 응원도, 주변의 소음도 들리지 않는다. 마치 연극에서 주인공에게만 조명이 비지는 장면처럼, 코트 위에 자신과 파트너 둘 위로만 빛이 떨어진다. 주변은 다 어두컴컴하다. 그날 둘은 우승했다.

테니숩 님이 가장 또렷하게 기억하는 한 컷은 그 장면이다. 우승의 환호가 아니라, 그 직전의 정적. "단순히 우승 자체보다도, 같이 한 경기를 통해 생긴 감정이나 분위기가 오래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고, 테니숩 님은 그 장면을 그렇게 정리한다.

라켓을 처음 잡은 건 2023년 8월이다. 그 전에는 잠깐 탁구를 쳤다. 탁구를 그만두고 테니스로 옮긴 결정적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옷이었다.

"탁구 옷은 제 기준으로 예쁘지 않았거든요. 화이트 색상의 옷도 입을 수 없고. 그런데 테니스는 화이트 색상의 옷을 입는 거예요? 신세계였어요."

그렇게 시작한 운동이었다. 다만 처음부터 깔깔거리지는 않았다. 새벽 코트에 나가던 초기, 테니숩 님을 끌고 갔던 감정은 즐거움이 아니라 불안이었다.

"안 치면 뒤처질 것 같고, 실력은 빨리 늘고 싶은데 마음처럼 잘 안되니까 조급한 마음에 더 열심히 나갔던 것 같거든요."

원래 잠 많은 사람이었다. 낯선 사람을 만나면 기 빨리는 완전 내향형이었다. 술도 좋아했다. 그 셋이 한꺼번에 무너진 운동이 바로 테니스다. 새벽에 일어나야 했고, 매일 새 사람을 만나야 했고, 새벽 컨디션을 위해 술도 거의 끊었다. 14년 지기 친구는 지금도 그 변화를 신기해한다.

"테니스 시작하고 1년 차 때까지만 해도 친구들이 '또 테니스 치러 가?'라고 물었거든요. 그런데 2년 차가 되니까 이제는 약속 잡을 때 '언제 운동 안 가?' 자체를 안 물어봐요. 어차피 안 가는 날이 없다는 걸 아니까요.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2025년 5월이다. 발목 인대가 파열됐다. 한 달이 넘게 코트에 나갈 수 없었다.

"그 전까지는 거의 루틴처럼 꾸준히 운동하던 시기였는데, 갑자기 코트에 못 나가게 되니까 몸도 답답하고 마음도 꽤 힘들었어요. 특히 다른 분들 운동하는 걸 볼 때마다 나만 뒤처지는 거 아닌가 하고 괜히 조급해지기도 했고요."

한 달의 공백은 한 줄의 깨달음을 남겼다. "오래 치려면 잘 쉬는 것도 운동의 일부구나." 그 시기 이후로 컨디션 체크에 더 신경을 쓰게 됐다. 올해 초부터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껴, 주 5회였던 빈도를 주 3회로 의식적으로 줄였다. 그렇게 몸을 아끼며 기회를 기다린 덕분에 카토 우승을 거머쥘 수 있었다. 부상에서 회복한 지 약 9개월 만의 일이었다.

대회를 보는 마음도 그 사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욕심이 크게 없어서 많이 나가지 않았다. 그러나 카토 이후 시야가 한 번 트인 듯하다.

"대회 결과라는 게 결국 남이랑 비교하는 것보다도 나 자신과의 싸움이자, 내가 얼마나 꾸준히 노력했는지를 보여주는 과정 같더라고요. 운동의 결실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지금도 새벽 알람을 끄고 일어난다. 다만 그 동기는 처음의 불안과는 다르다. 이제는 사람 때문이다.

"가족보다 새벽에 같이 운동하는 분들을 더 자주 볼 정도로 매일 만나니까 자연스럽게 정이 들었고, 하루라도 안 보면 허전하더라고요. 이제는 말 그대로 '깔깔 웃으면서 테니스 치러 간다'는 느낌에 가까워요."

운동이 끝나면 같이 친 분들과 토스트와 커피를 먹는다. 그 시간이 진짜 꿀맛이라고 테니숩 님은 표현한다. 나이도 살아온 환경도 다른 사람들이 테니스 하나로 모여 웃고 떠드는 분위기, 그게 새벽 코트로 본인을 끌고 나오는 가장 큰 이유다.

인스타그램 프로필에는 "테토녀 아니고 테또녀, 깔깔 테니스가 좋아요"라고 적혀 있다.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친구들은 테니숩 님을 "진짜 테또녀"라 부른다. 본인도 인정한다.

콘텐츠를 만들 때도 같은 결을 본다. 잘 치는 모습이 아니라 현장의 온도. 결과보다는 분위기. 복식 중에 웃는 한순간, 진지하게 연습하다가 장난치는 한순간. 그게 카메라에 담고 싶은 것들이다.

"오래 보고 싶은 건 멋있는 장면 하나보다도 '아 저 순간 즐거웠겠다' 싶은 진짜 분위기인 것 같아서요."

이렇듯 '진짜 분위기'를 기록하는 것을 즐기다 보니, 자연스레 테니스 브랜드와의 인연도 닿게 되었다. 요넥스 코리아 서포터즈 프로그램인 요니스 4기 활동을 시작한 건 약 3개월 전이다. 평소부터 노리고 있던 게 아니라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모집 글을 우연히 보고 즉시 지원했다.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기에는 이르다고 거리를 두면서도, 한 컷만큼은 또렷하게 떠올린다.

"개인적으로 안세영 선수를 실제로 본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TV로만 보던 선수를 가까이서 본다는 게 생각보다 더 신기했고, '아, 진짜 요니스 하고 있구나' 싶은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5년 뒤를 묻자, 테니숩 님은 약간의 농담과 한 가지 분명한 목표를 내놓는다. 그때쯤이면 테니스 7년 차. 지금의 테린이 느낌은 많이 벗어나서 제법 '테니스인' 같은 모습이지 않을까라고 농을 던진다. 그리고 한 줄 덧붙인다.

"지금은 슈퍼국화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5년 뒤에는 슈퍼국화로 코트 위에서 정말 여유 있게, 마에스트로처럼 테니스를 치고 싶어요. 물론 그때도 지금의 저와 같은 테린이분들이랑 같이 웃고 즐기면서요."

실력은 올라가더라도 분위기는 그대로 가지고 간다는 그림. 인터뷰 내내 한 번도 흔들리지 않은 결이다. 옷 한 벌에 끌려 시작한 운동이 테니숩 님을 새벽으로, 코트의 정적으로, 그리고 "운동의 결실"이라는 단어로 데려왔다. 다음은 슈퍼국화다. 그러나 옆에는 여전히 깔깔 웃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