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KO TENN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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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2026.05.12

공만 쫓아다닌 게 아니었어요

서툴고 불안해도, 자기 속도로 자라는 테세포의 테니스 라이프

공만 쫓아다닌 게 아니었어요

"사람은 태어나기 전 세포분열부터 시작해, 신생아로, 그리고 서서히 사회의 한 구성원이 되어 어른이 되어가잖아요. 제 테니스 라이프도 저만의 속도로 꾸준히 자라나길 바라는 마음이예요."

테세포님이 자기 닉네임을 풀어내는 방식이다. 테니스 + 세포분열 중. 듣고 나면 단순한 이름이 아니라 마음가짐이라는 게 보인다.

2024년 1월부터 테니스를 시작한 그녀는 라켓 운동은 테니스가 처음이라고 했다. 인스타와 스레드를 보면 누구보다 활발하고 해맑은 인상이지만, 정작 본인은 "코트 위에서 사람을 정말정말 많이 가린다"고 했다.

시작은 우연이었다. 다른 취미생활을 하다 알게 된 동생이 "같이 칠 사람이 없다"며 꼬셨고, 처음엔 흘려들었다고 한다. 그러다 그 동생이 보여준 본인 플레이 영상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영상을 보고서야 "전문 선수가 아니어도 사람들이 저렇게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마침 본인이 사는 곳이 "테세권"이었다. 집에서 차로 5분, 도보로도 갈 수 있는 거리에 야외 테니스장 두 곳이 있다. "이 정도면 가볍게 찍먹이나 해볼까?" 하고 시작한 게 지금까지 이어졌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처럼, 친구 따라 테니스장으로 들어온 케이스다.

지금은 매주 새벽 6시 30분 레슨 두 번, 수요일 밤과 주말 낮 클럽 게임 두 번. 주중에는 백운포, 주말에는 해운대수목원 정기대관 코트가 고정이다.

테세포 님의 피드만 보면, 그녀는 누구보다 적극적이고 해맑은 사람처럼 보인다. 1년 반 만에 뵐클을 포함한 5개 브랜드 서포터즈와 앰버서더에 합류하며 남다른 영향력을 증명해 보였다.

그런데 정작 본인의 설명은 조금 달랐다.

"SNS상에서 보이는 모습은 해맑고 명랑하고 사람들과 엄청 빨리 친해지는 극강의 E처럼 보인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E중에 I, I 중에 E 같은 성향이다 보니 저는 사실 코트 위에서 사람을 정말정말 많이 가립니다."

처음 보는 사람과의 게임은 지금도 긴장과 식은땀의 연속이라고 했다. 코트 위 네 명 중 한 명만 어색해도 "1인분 못 했다"는 자책이 따라온다. 그날 하루는 우울. 그러다 레슨 가서 코치님께 찡찡대고, 다시 자존감 올려놓는 패턴이다.

"롤러코스터 같은 테니스 라이프죠."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묻자 작년 5월을 꼽았다. 첫 교류전. 너무 긴장한 탓에 과호홉이 와서 쓰러졌다. PTSD처럼 남았고, 지금도 극복해 나가는 중이라고 했다.

그래도 멈추지는 않았다. 테세포 님이 성장을 체감하는 방식은 의외로 단순하다. 매월 클럽 월례대회 KDK 기록. 구력 차이가 압도적이라 질 수밖에 없는 자리에서도, 점수 차이라도 적게 나게 지고 싶다는 마음으로 임한다.

작년 상반기엔 6:0, 6:1로 압살당하던 게임이 지금은 6:4, 6:5, 5:5까지 따라간다.

"0승 기록이 사라지는 걸 볼 때마다 성장하고 있구나를 매달 체감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은 한 점은 최근 남3여1 경기에서 서브 에이스로 가져온 1점이었다. 그날 코트에서 들은 한 마디가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고 했다.

"뭐야 갑자기 왜 잘해?"

프로필에 적힌 "우당탕탕 테니스라이프"가 무슨 뜻인지 물었다. 큰 사고는 없었지만 작은 우당탕탕 모음집이었다. 발리를 하겠다고 달려들었다가 공에 얼굴을 맞았다. 코트 교체 중에는 네트 옆 기둥에 다리를 박아 피멍이 들었다. 뒤로 넘어가는 공만 보고 쫓다가 펜스에 그대로 돌진한 적도 있다. 대부분의 테린이가 한 번씩은 겪어본 몸을 아끼지 않는 테린이의 삶을 표현하려니 우당탕탕이 제일 적합했다고 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테니스 기록이었지만, 어느새 인스타는 그의 포트폴리오가 됐다. 다만 테세포 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브랜드보다 자기다운 기록이었다. 브랜드 이미지를 억지로 입히는 곳보다, 자신의 테니스 라이프 안에 자연스럽게 섞이는 협업이 더 잘 맞는다고 했다.

테세포 님은 테니스를 시작하기 전에 등산이 유일한 취미였다. 코로나로 실내운동이 막힌 시기에 시작해서 몇 년간 꾸준히. 퇴근하고 부산 야경 예쁜 산에 야간 등산을 가거나 주말마다 거의 산에서 보낸다고 한다. 한겨울 설산은 지금도 테니스를 잠시 내려놓고 꼭 가는 계절취미다.

테니스와 등산, 두 운동은 본인에게 어떻게 다른 존재인지 물었다.

등산은 잔잔한 호수 위에서 카약을 타는 듯한 시간이라고 했다. 고요하게 속시끄러움을 내려두는 비움. 미래에 대한 고민과 잡생각이 많을 때 산을 찾으면 속이 풀리는 게 좋았다고 했다.

"테니스는 일상 속 조미료 한 스푼 같아요. 새벽에 운동할 수 있는 루틴이 생기고, 주중과 주말 지루한 일상에 새로움 한 스푼을 얹어서 삶을 다채롭게 만들어주는 존재. 매번 같은 장소 같은 분들과 쳐도 다른 공을 받다 보니, 시간과 공간은 동일하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해프닝과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의 뿌듯함, 그리고 스트레스 해소가 되는 존재예요."

그래서 요즘은 등산보다 테니스에 좀 더 몰입하게 된다고 했다.

테니스가 삶에 준 변화를 묻자 단번에 답이 나왔다.

"테니스가 아니었다면 지금 제 삶의 바운더리에 다양한 분들과의 교류는 없었을 것 같아요. 새로운 시야를 얻고 새로운 분들과의 인연이 생기는 게 정말 큰 변화였어요."

그래서 새로 생긴 버킷리스트가 있다. 테니스 라켓을 들고 해외로 나가는 것. 특히 일본과 프랑스.

"테니스 라켓과 테니스화만 있다면 어느 나라에 가도 새로운 분들과 교류가 가능할 것 같아서요."

마지막으로 테세포 님에게 테니스는 어떤 존재인지 물었다.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나를 더 좋아하게 만들어주는 성장과정의 동반자 같아요.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고,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고, 평범한 일상에 우여곡절은 있을지언정 돌아보면 즐거웠고 설레던 기억으로 자리잡게 해주는 존재."

그리고 한 마디가 더 따라왔다. 인터뷰 내내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었다.

"인터뷰를 하면서 드는 생각이, 그냥 막연하게 테니스가 재밌어, 나는 생각보다 테니스를 참 좋아해, 라고만 생각하고 살았다가 왜 좋아하게 됐는지 함께한 기간을 돌아보게 되니 어쩌면 저는 테니스 라켓을 들고 공만 쫓아다닌 게 아니라 제 삶을 조금 더 즐겁게 살아가는 방법을 같이 배우고 있었던 거 같아요."

세포분열에서 시작한 이름처럼, 테세포 님의 테니스는 아직 자라는 중이다. 남들보다 빠르게도, 늦게도 아닌, 자기만의 속도로.

​ 인터뷰에 응해주신 테세포 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