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테니스장, 피클볼장을 올인원으로 시공하는 칠가이즈입니다.
칠가이즈는 경기북부를 기반으로 전국을 다니며 테니스장과 피클볼장을 시공하고 있다. 나이는 서른둘. 본인 말로는 아마 테니스코트 시공업계에서 최연소일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도 이 업계는 젊은 사람을 보기 쉽지 않다고 했다. 현장직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도 있지만, 테니스코트 시공업계는 워낙 좁고 적어서 대부분 60~70대 기술자들이 많다고 했다.
업체명부터 강렬하다. 한 번 들으면 잊기 힘든 칠가이즈.
코트 마감이 아크릴로 '칠하는' 작업이라서 '칠'을 따왔고, 보통 남자 둘이 작업해 '가이즈'를 붙였다고 했다. 그러다 '칠가이' 밈이 떠올라 업체명도 그렇게 정했는데, 본인은 좀 민망하다고 했다. 웃으면서 한 말이었지만, 이름만큼은 확실히 기억에 남는다.
지금의 일로 들어오게 된 계기는 전에 하던 사업이 잘 안돼 힘들어하던 찰나 친하게 지내던 지인의 권유로 시공업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고 했다. 그 지인은 지금도 함께 일하는 파트너다. 이전 사업은 자신의 부족함이 컸다고 했고, 지금은 그 경험을 양분 삼아 시공업에 몰두하고 있다고 했다.
코트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해서, 테니스를 안 쳐본 건 아니었다. 칠가이즈는 초기에 레슨도 받았다고 했다.
고객 입장이 되어봐야 한다고 생각해서였다. 비록 바쁜 일정 탓에 오래 지속하진 못했지만, 플레이어의 시선으로 코트를 바라보려 했던 그 경험은 시공의 디테일을 바꾸어 놓았다.
그 경험은 시공 디테일을 보는 눈으로 이어졌다.
레슨을 받으며 새로 보인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가장 먼저 하드코트의 질을 말했다. 하드코트는 보통 콘크리트, 반경질 우레탄, 아크릴 하드코트 레이어 공법을 많이 쓰는데, 우레탄을 적은 mm 수로 시공하면 쿠션감이 약해지고 바운드가 커진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하드코트에서 무릎이 아프다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물론 사업주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되니 이해는 간다고도 덧붙였다. 또 하나는 사이드와 베이스 쪽 여유 공간이었다. 공간과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어도, 운동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늘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라고 했다. 결국 코트는 다 비슷해 보여도, 실제로 몸이 느끼는 건 이런 부분에서 갈린다.
그는 스스로를 디테일에 집착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본인 표현으로는 "변태만큼 디테일 시공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일반 사업주나 플레이어는 잘 눈치채지 못하지만, 본인들은 절대 포기하지 못하는 포인트가 있다고 했다. 사이드 마감, 라인 번짐, 하드코트 요철, 라인 치수. 대부분의 업자들이 크게 신경 쓰지 않을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본인은 못 본 척 못 하는 성격이라 집착이 좀 있다고 했다. 좋은 코트와 그냥 코트의 차이가 결국 이런 부분에서 생긴다는 뜻처럼 들렸다.
최근 테니스장 트렌드에 대해서도 그는 명확한 견해를 밝혔다.
과거 인조잔디가 대세였다면, 이제는 하드코트가 압도적이다. 이유는 정통성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유지 보수 때문이 더 크다고 봤다. 특히 실내구장은 더더욱 하드코트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인조잔디는 규사 충진과 브러싱을 주기적으로 하지 않으면 금방 미끄러워져 부상 위험이 커집니다. 반면 하드코트는 초기 비용이 인조잔디 구장보다 약 1.5배 정도 높지만, 유지 보수 비용은 거의 들지 않고 2~3년 사용 후 탑코팅만 하면 다시 새 구장처럼 쓸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하드코트가 예쁘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경쟁력이라고 했다.
요즘 좋은 코트는 성능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무릎 부담, 관리 편의성, 수명도 중요하지만 누가 봐도 예쁜 구장이라는 감각 역시 중요한 요소가 됐다.
실내와 실외 시공의 차이도 컸다.
실외는 온도, 습도, 바람 같은 환경이 자재 양생에 영향을 크게 준다고 했다. 한겨울과 한여름에는 시공 자체가 어렵고, 하자 발생 가능성도 높다고 했다. 겨울에는 인조잔디가 주름 잡히고, 인조잔디용 본드는 굳지 않는다. 하드코트는 우레탄 양생이 늦어지고, 아크릴 하드코트는 수용성이라 영하에 얼기도 한다고 했다. 한 번 얼면 폐기 처분이라고 했다. 반대로 실내는 사계절 내내 공사가 가능하지만, 소음과 냄새 문제가 따른다. 학원, 음식점, 사무실이 몰린 상가에서 작업할 땐 늘 눈치가 보인다고 했다. 인조잔디 본드와 반경질 우레탄 냄새도 강하다. 그래서 본인 결론은 명확했다. 창고형 시설이 최고라고. 고객에게도, 사업주에게도, 시공자에게도 그렇다고 했다.
동호인이 코트에 갔을 때 뭘 보면 좋은 코트인지도 물었다.
하드코트는 쿠션감, 마찰력, 불규칙 바운드가 없는 평활도, 그리고 코트 엠보 현상이 없는지를 보면 된다고 했다. 인조잔디는 규사 충진 상태, 브러싱 상태, 잔디 조인 부분 탈락, 라인 탈락, 규사 균일도, 테니스용 인조잔디인지를 봐야 한다고 했다. 공통적으로는 사이드와 베이스 여유 공간, 정확한 라인 규격도 중요하다고 했다. 평소에는 그냥 괜찮은 코트라고 생각하고 지나치던 것들이, 사실은 이런 요소들의 합이었다는 걸 새삼 알게 되는 대목이다.
피클볼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최근에 확실히 피클볼 유입이 많아졌다고 했다. 기존 작은 실내테니스장을 피클볼 코트로 바꾸는 경우도 있고, 테니스장과 피클볼장을 병행하는 업장도 있다고 했다. 테니스장과 피클볼장은 기본적으로 같은 하드코트를 쓰기 때문에 시공 시스템은 비슷하다. 다만 피클볼은 우레탄을 더 얇게 시공하고, 아크릴 하드코팅도 좀 더 입자가 작고 부드러운 규사를 사용한다고 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청사진이 있냐고 물어보니 국내 스포츠 브랜드와 협업하기를 생각한다고 하며 언제가는 하게 되지 않겠냐며 웃었다. 하지만 진짜 꿈은 따로 있었다. 마음 맞는 시공자들을 모아 국내 코트 시공을 휩쓸고 싶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칠가이즈가 어떤 브랜드가 되면 좋겠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무 걱정 없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시공업체. "칠가이즈 = 신뢰의 파트너" 라는 이미지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누군가는 코트 위에서 공을 치고, 누군가는 그 바닥을 만든다. 그리고 좋은 코트는 생각보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갈린다. 우레탄의 두께, 규사의 입자, 라인의 번짐, 사이드의 오차. 모두가 그냥 지나칠 법한 사소한 차이에 집착하는 '칠가이즈'가 만드는 코트가 기대되는 이유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칠가이즈 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