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KO TENNIS
|
인터뷰 · 2026.05.04

꼴찌에서 시작해도 괜찮다

토종 라켓 브랜드의 시작

꼴찌에서 시작해도 괜찮다

안녕하세요.

티라노스포츠 김하영입니다.

인터뷰는 그렇게 시작됐다.

하지만 몇 마디를 나누기도 전에, 이건 단순히 새로운 테니스 브랜드 대표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한때 음악을 만들던 사람, 중국에서 사업을 키우려다 무너져본 사람, 다시 야구용품으로 일어선 사람, 그리고 이제는 테니스에서 또 한 번 도전자의 자리에 선 사람. 스윙마스터를 만든 하영님의 이야기는 브랜드 설명 보다 먼저, 한 사람의 인생에서 시작됐다.

그가 테니스를 시작한 이유는 뜻밖에도 단순했다.

원래는 야구를 좋아했고, 사회인 야구도 했다. 그러다 강호동 씨와 이형택 선수가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가 문득, 부부가 함께할 수 있는 운동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렇게 아내와 함께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했다. 둘 다 완전 초보였고, 지금도 함께 치고 있다. 중국 주재원으로 일하며 만난 중국인 아내와는 주로 중국에서 생활하고 있고, 지금도 주 2~3회 레슨과 기계볼 연습을 한다고 했다.

"제게 테니스는 아내와 함께 노후를 함께할 동반자이자, 그 시간을 풍요롭게 채워줄 마지막 도전입니다."

인터뷰 끝 무렵 하영님이 남긴 이 한 문장은, 사실 이번 이야기 전체를 다시 설명해 주는 말이었다.

테니스는 그에게 단순한 신사업의 카테고리가 아니었다. 함께 늙어갈 사람과 같이 치는 운동이었고, 동시에 자기 이름을 걸고 한 번 더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였다.

그의 첫 번째 도전은 원래 음악이었다.

그는 스스로를 "미디 1.5세대 뮤지션"이라고 소개했다. 2003년, 차이나모바일에 벨소리와 컬러링 기술을 전수하기 위해 베이징에 진출했고, 콘텐츠 사업을 키우려 했다. 하지만 리먼 브라더스 사태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사업은 무너졌다. 당시 그는 MMORPG 웹게임을 런칭하고 대규모 M&A까지 앞두고 있었고, 눈앞에서 놓친 경제적 자유에 대한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했다. 서른 후반, 빚더미에 앉아 신용불량자가 되었고, 한때는 건물 옥상을 서성일 정도로 마음이 무너졌다고 했다.

그 벼랑 끝에서 자신을 붙잡아준 사람이 지금의 아내였다.

결혼 전이지만 오갈 곳 없는 자신을 먹이고 재워주며 곁을 지켜줬고, 때로는 세심하게 보살피고 때로는 스스로 일어설 수 있게 기다려줬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지금 아내와 함께 테니스를 친다는 말이 조금 다르게 들렸다. 그에게 테니스는 단순한 취미라기보다, 다시 일상을 붙잡아가는 시간에 더 가까워 보였다.

폐허 속에서 그가 붙잡은 마지막 희망은 야구용품이었다.

2010년 창업 당시 국내 시장은 외산 글로벌 브랜드가 거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 안에서 시작한 티라노스포츠는 4년 만에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하영님은 그 비결을 카본 배트를 만들며 쌓은 복합 소재 노하우에서 찾았다. 더 가볍고 더 강한 반발력을 위해 카본 적층 구조를 연구했고, 그 과정에서 푸젠성 샤먼의 핵심 제조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그곳은 윌슨이나 요넥스 같은 글로벌 브랜드의 OEM 공장들이 모여 있는, 말 그대로 카본 기술의 중심지였다.

그 경험은 자연스럽게 테니스 라켓으로 이어졌다.

야구 시장이 언젠가는 성장의 종착역에 다다를 것이라는 직감을 오래전부터 느끼고 있었다고 했다. 이미 1위를 하고 있었지만, 그는 늘 다음 행선지를 고민해왔다. 그러던 중 카본 배트 공장장을 통해 윌슨과 요넥스를 생산하는 글로벌 핵심 기지들을 소개받았고, 그때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세계적인 메이저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수준의 생산 시스템만 확보한다면, 충분히 승산 있는 게임이 될 수 있겠다며 그렇게 시작한 브랜드가 스윙마스터였다.

흥미로운 건, 그가 지금 스윙마스터를 꽤 냉정하게 보고 있다는 점이다.

보통 창업자는 자신의 브랜드를 조금 더 크게 말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그는 오히려 반대였다. 지금은 모든 브랜드들 중 제일 꼴찌의 위치에 서 있다고 했다. 정량적인 목표를 묻자 4년 차에 테크니화이버를 따라잡는 것이 목표라고 했고, 윌슨에 대해서는 "잡는다기보다는 그들에게 신경 쓰이는 존재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허세보다 계산이 앞에 있었고, 과장보다 계획이 분명해 보였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전략은 정면 승부가 아니라 전략적인 인내다.

그에 따르면 스윙마스터의 생산 원가와 품질은 유명 브랜드와 큰 차이가 없다. 같은 샤먼 공장에서 같은 수준의 소재와 공정을 쓴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스윙마스터는 이제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신생 브랜드일 뿐이다. 아무리 같은 수준의 품질이라고 말해도, 아직은 듣보잡 브랜드의 주장처럼 들릴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향후 3년 정도는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철저하게 가성비 정책으로 갈 생각이라고 했다. 일단 많은 사람이 부담 없이 쥐어보고, 직접 코트 위에서 공을 쳐보게 하는 것이 먼저라는 설명이었다.

여기서 스윙마스터가 어떤 방향으로 가려는지 조금 더 선명해진다.

처음부터 브랜드 이미지로 이기기보다, 직접 써본 사람들의 손과 입소문으로 올라가겠다는 것. 실제로 초기에는 브랜드 로고만 보고 유명 브랜드를 카피한 것 같다는 말도 들었고, 단순한 중국산 저가 제품 아니냐는 편견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직접 제품을 경험한 사람들이 하나둘 진정성 있는 리뷰를 남겨주고, 스윙마스터만의 특징과 기술력을 알아봐 주기 시작하면서 반응도 바뀌고 있다고 했다. 그 변화를 체감할 때마다,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낀다고 했다.

그의 태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은 따로 있었다.

예전에 배송을 잘못 보내는 바람에, 대구까지 오토바이-고속버스-오토바이로 연결해 9만원을 쓴 적이 있다고 했다. 금액만 생각하면 아깝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오늘 받지 못하면 주말에 야구를 하려던 고객의 일주일을 빼앗는 것과 같다고 했다.

"9만원으로 그걸 살 수 있다면 백 번이라도 사야죠. 그리고 그건 엄연히 제 실수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까요."

그 말을 듣고 나니, 브랜드보다 김하영이라는 사람이 먼저 남는다.

그는 물건을 파는 사람이라기보다, 고객이 기다리는 시간을 절대 가볍게 여기지 않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 이야기를 묻자, 그는 야구 시절의 한 장면을 꺼냈다.

암 수술로 야구를 그만두게 된 회원이 있었는데, 꼭 완쾌해서 다시 하라는 마음으로 배트를 선물했다고 했다. 이후 그분이 수술을 마치고 회복해 홈런을 쳤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 기억이 지금도 가장 강하게 남아 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하며 하영님은 이렇게 말했다.

"테니스는 이제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가야죠"

함께하던 팀원 두 명이 최근 창업을 위해 퇴사해서 지금은 혼자 일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이를 위기로만 보지 않았다. 원래도 8년 동안 1인 기업으로 운영해왔기 때문에 낯설거나 힘들지 않고, 오히려 가장 익숙한 옷을 다시 입은 느낌이라고 했다. 물류는 3PL로 전환했고, 앞으로는 내부 인력만으로 모든 걸 감당하기보다 각 분야의 전문 파트너들과 협업하며 더 유연한 구조를 만들 생각이라고 했다. 특히 AI를 비롯한 업무 툴들이 발전하면서, 지금은 혼자서도 대규모 조직 못지않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시대라고 했다.

아직 숫자로 보면 테니스는 시작 단계다.

지금 티라노스포츠의 캐시카우는 여전히 야구이고, 그 비중이 95퍼센트라고 했다. 야구에서 번 돈을 테니스에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이미 1위를 경험한 시장에서 벌어들인 돈을, 다시 꼴찌에서 시작하는 시장에 넣고 있다는 뜻이니까. 이건 사업 확장이라기보다, 오히려 재도전 선언에 더 가까워 보였다.

그렇다면 그는 스윙마스터가 어떤 브랜드가 되길 바랄까.

대답은 의외로 소박했다. 거창한 목표보다, 동호인들이 운동하면서 "덕분에 오늘 참 즐거웠다"라고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주고 싶다고 했다. 늘 보던 뻔한 선택지 말고, 스윙마스터라는 확실하고 매력적인 또 하나의 대안이 되는 것. 4년 차쯤에는 압도적인 점유율보다, 장비에 진심인 사람들 사이에서 "이 회사 라켓 하나는 기가 막히게 만들지"라는 말을 듣는 것이 승부수라고 했다. 요란하지 않아도 묵직하게, 기술로 신뢰를 주고 일상에 즐거움을 더하는 브랜드. 그가 그리고 있는 스윙마스터의 모습은 그런 쪽에 가까웠다.

지금 그는 스스로를 꼴찌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말은 이상하게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이미 한 번 1위를 해본 사람이 다른 시장에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겠다고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영님에게 테니스는 단순한 신사업이 아니었다.

아내와 함께할 시간을 더 길게 만들어주는 운동이었고, 동시에 한 번 더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였다.

스윙마스터는 어쩌면 그 두 마음이 만난 자리에서 시작된 브랜드인지도 모른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김하영님, 감사합니다.